보리밖에 안 되지만/맥추감사주일
출애굽기 23:14-19
7월 첫째 주일은 맥추감사주일입니다.
유대민족의 3대 절기는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입니다. 이 중에서 ‘칠칠절’이 맥추절이 되겠습니다. 유월절이 끝난 후 7주를 마친 다음 날, 보리를 거두어 수확의 첫 단을 하나님께 드린 절기이기 때문에 칠칠절이라고 하였고, 첫 열매를 드린다고 하여 ‘초실절’이라고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출애굽기 23장 14-17절을 통해서 매년 이 세 절기를 반드시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출23:16)”
■ 맥추감사절의 유래
팔레스틴 지방에선 보리가 4월에 익습니다. 우리와 비슷하죠. 이스라엘은 노예생활 430년, 광야 40년을 보낸 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사실 그 땅은 자신들의 땅도 아니었고, 원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빼앗은 땅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먹고사는 문제는 준엄한 문제이므로, 농사를 짓습니다. 그리고 씨앗을 뿌린 후에 첫 번째 추수를 하게 됩니다. 출애굽 이후, 처음으로 농사를 지어 거둔 첫 열매, 그것이 보리였던 것입니다. 얼마나 큰 감동이었겠습니까? ‘보리 밖에 안되지만’ 이스라엘에게는 자그마치 47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들이 씨앗을 뿌려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거두게 된 것입니다. 이런 감사, 이런 감격의 순간을 잊지 말고 기억하여 절기로 지키라고 하신 것이지요.
영국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로 넘어간 프로테스탄트는 첫 번째 추수를 한 후 11월 셋째 주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이후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11월 셋째 주를 추수감사주일로 지켰고, 맥추절을 추수감사주일에 포함하여 지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따르고 있는데, 요즘은 11월 셋째 주가 아닌 우리의 명절 추석에 추수감사주일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많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맥추감사주일을 지키자고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맥추감사주일은 매년 7월 첫주에 드리는데 한해의 절반을 6개월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남은 6개월을 지켜주셔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시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해를 결산하며 드리는 추수감사주일에 비하면, 맥추감사절은 절반의 감사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보리밖에 안 되는 것’에 감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깊은 감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작은 감사를 회복하십시오.
우리는 큰 감사에 익숙해서 작은 감사를 잊고 살아갈 때가 잦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세 자녀의 운동화도 사 줄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세탁기마저 고장이 나서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광고를 보고 중고 세탁기를 판다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 집은 크고 좋은 집이었는데 집안에 있는 최고급의 가구와 주방 시설들을 보면서 그는 마음이 무척 울적했습니다. 그는 세탁기를 내어 나오면서 주인 내외와 짧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이렇게 중고 세탁기를 사서 살아가는데 두 아들이 얼마나 개구쟁인지 신발이 너무 빨리 닳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 집의 부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방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는 자기가 무슨 잘못을 한 것 같아서 몹시 당황하고 있을 때 그 부인의 남편이 말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딸 하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딸은 태어난 지 12년이 지난 지금껏 단 한걸음도 걸어 본 적이 없는 장애아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 아내가 당신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가 저렇게 슬픔을 못 이겨 울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온 그는 현관에 놓여있는 아이들의 낡은 운동화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엎드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의 불평에 대한 회개와 아이들의 건강함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유명한 뉴스 캐스트였던 브린클리는 “신은 가끔 우리 앞에 빵 대신 벽돌을 던져 놓기도 하는데 어떤 이는 원망하며 그 벽돌을 걷어차다가 발가락이 부러지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그 벽돌을 주춧돌로 삼아 집을 짓기 시작한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고난이라는 벽돌은 다루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에 따라 행복의 기초가 될 수도 있고 불평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북노회 송암교회에서 지역의 결식노인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식사를 준비해서 나눌 때의 일입니다. 당시 당회장이셨던 박승하 목사님은 일주일에 두 끼만 먹어도 아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시고, 일주일에 두 번씩 결식노인들에게 음식 대접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맨 처음에는 너무 고맙다고 하시던 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불평하기 시작한답니다. 왜 네모난 식판이냐, 반찬이 종류가 너무 적다,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래서 그 일을 계속해야 되나마나 고민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의 모습이 그런 것이 아닌가 돌아봤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한 일인데 “보리밖에 안 되는 데?”라고 감사를 잊고 살뿐 아니라 심지어는 “맨날 보리밥이야!”라고 불평까지 하는 것입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가 “맨날, 만나와 메추라기?”냐고 불평하는 이스라엘처럼 말입니다.
■ 감사는 더 큰 감사의 씨앗입니다.
어느 날 허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허리에 문제가 생기고 나니 양말을 신고, 신발 끈을 매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소소한 감사를 찾아감으로 범사에 감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감사의 씨앗을 뿌리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어제 우리는 2018년의 절반을 보내고 오늘 하반기의 첫날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6개월간 별일 없이 산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어떤 큰 성과를 이룬 것만 감사할 것이 아니라, 큰 문제 없이 살아온 것을 감사하시고 남은 절반의 시간을 힘차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하는 일은 감사의 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씨앗은 심기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습니다. 감사의 씨앗을 죽은 씨앗이 아니라 살아있는 씨앗이므로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으로 또한 감사하십시오. 오늘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필사 성경을 봉헌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중단될 수도 있었지만, 온 교우들이 힘을 모아 완성을 했습니다. 필사된 말씀들이 여러분의 삶을 복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보리밖에 안 되지만’ 감사할 줄 아는 신앙인이 되십시오. 하나님께서 범사에 감사함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