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있는 시간을 살자
출애굽기 20:8-11
안식일은 성경의 핵심입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안식(安息)은 편안할 안(安)에 호흡할 식(息)입니다. 그러니 안식은 ‘호흡을 가지런히 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위해 안식일 전날 고요한 장소에 가서 마음을 쉰다고 합니다. 안식일 전에 쉼을 통해서 하나님께로부터 받을 은총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토요일을 잘 쉬어야 합니다.
주일을 위해서 고요함의 시간, 쉼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주 주보를 보시면, 다음 주 설교본문과 제목이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여러분들이 주일 예배에 참석하시기 전에 말씀을 읽어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왜 이런 제목일까 생각도 하시고 예배에 참석하시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말씀이 갑절의 은혜가 됩니다. 본인이 묵상하신 것과 같은 내용이면, ‘아, 나의 묵상이 틀리지 않았구나!’ 은혜를 받고, 묵상하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설교를 통해서 깨닫게 되면 ‘아, 그런 의미가!’하며 감탄하며 또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말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입니다.
1. 안식일(shabbath)과 주일(sunday)
안식일은 금요일 해질 무렵부터 토요일 해질 무렵까지로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안식하신 날, 거룩하게 하신 날입니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며, 제7일 안식교도 있습니다.
언제부터 주일이 생겼을까요? 예수님의 부활이후,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매 주일은, 주님의 작은 부활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대교회 초기에는 안식일과 주일을 모두 지켰습니다. 그런데 유대가 로마제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전쟁이 2차에 거쳐서 일어났는데 70년 제1차 유대-로마전쟁의 결과는 예루살렘의 함락이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초토화되었고,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흩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유대인들은 다윗왕국의 재건, 예루살렘의 탈환을 꿈꾸며 로마에 저항합니다. 그러자 130년경에 로마황제 하두리아누스가 할례를 금지하고, 예루살렘 성전자리에 유피테르신전을 짓습니다. 이에 반발해서 유대인들이 전쟁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유대-로마 제2차 전쟁입니다. 132년-135년에 거친 전쟁으로 인해 유대인의 거점요새 50개가 함락되었고, 985개의 마을이 폐혀가 되었으며, 58만 명이 사망했고, 대부분이 노예로 팔려갔으며, 유대의 이름은 ‘시리아 팔레스타인’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유대인은 ‘디아스포라’로 살아갔으며, 더는 로마제국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안식일과 할례를 금지했기에 지킬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안식일과 주일을 모두 지키던 초대교회는 주일만 지켰는데, 로마제국은 유대인들의 안식일은 금했지만, 초대교회의 주일은 허용했습니다. 그 이유는 ‘sunday'-태양의 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로마가 섬기는 신 중 으뜸인 신이 ’태양신‘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초대교회는 초기에 로마로부터 박해를 받는 가운데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곳곳마다 하나님의 복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제2차 유대-로마전쟁 이후 178년이 지난 313년 콘스탄틴 대제에 의해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가 됩니다. 콘스탄틴 대제는 330년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기고 로마제국과 구별하여 동로마제국이라 했으며, 이것을 비잔티움 제국, 중세 로마제국이라고 합니다. 대략 1120년을 이어오다 1453년에 오스만 제국이 침공하여, 콘스탄티노폴리스가 함락되면서 로마 제국은 완전히 멸망하고 오스만제국에 의해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곳마다 이슬람국가가 됩니다. 콘스탄티노플은 지금 터키의 이스탄불이며 오스만제국은 터키의 전신입니다. 터키는 아시아의 일곱 교회로 유명한 곳입니다.
오스만제국에 의해 멸망하기 전,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동방정교회’가 생겨났고, 동방정교회는 icon(성상숭배)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합니다. 이후 종교개혁자들은 ‘이콘’을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계명과 결부시켜 개혁교회에는 성상, 상징물이 십자가 하나 외에는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종교적인 예술 활동과 우상숭배를 구분하지 못한 결과 소중한 것들도 많이 잃었습니다. 아무튼 이 시기에, 로마의 국교로 인정되면서 안식일이 아닌 주일이 지켜지게 된 것이고, 그것이 오늘날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주일이 곧 안식일이고,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며, 하나님 앞에 나와서 쉬는 날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과정들을 통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오늘날 우리가 지키는 주일에는 당연히 ‘안식일 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2. 시간의 향기
재독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시간의 향기>라는 책에서 시간을 향기 있는 시간과 향기 없는 시간으로 나눴습니다. 경쟁사회에서 빨리빨리 논리에 맞춰 바쁘게 살아가고 일중독에 빠져 살아가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런 시간은 리듬을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 버린 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늘 쫓기듯이 분주하면, 우리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없습니다. 한 귀로 흘려듣게 됩니다. 귀머거리가 무엇이겠습니까? 타인의 말에 귀를 닫아버리는 것이지요. 장님이 무엇이겠습니까? 타인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벙어리가 무엇이겠습니까? 타인의 억울함을 대변하거나 변호하지 않는 것이지요.
인간이 죄를 범하고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자 하면서부터 시간의 안정성이 무너져 버렸으며 시간의 향기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향기로운 시간의 정수는 사색하는 것인데, 이 사색의 시간을 통해서 쓸데없는 것을 비워내고, 이런 비움의 정신을 통해서 욕망에서 해방되고 참된 안식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주일)은 시간의 향기를 되찾아 오는 시간이며, 이것을 신앙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하나님의 시간에 우리의 삶을 조율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위해서 우리는 하루 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토요일, 밤늦게까지 분주하게 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주일 아침에 가장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킬 수 있는 시작인 것입니다. 이렇게 안식일은 하나님 안에서 쉬면서 사색을 하는 시간입니다.
쉼을 모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시대는 이런 사람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쉼을 모르는 사람들은 사색의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띄게 됩니다. 오늘 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묻지 마 범죄’나 심지어 자기의 자식까지도 죽이는 잔인한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는 쉼을 잃어버린 까닭입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향기 있는 시간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3. 하나님의 창조의 리듬 속에 나를 맡기자
안식일 계명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할 것은 ‘노동’입니다. 이 노동행위의 금지명령의 핵심은 안식일에는 ‘어떤 창조행위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너도 쉬고, 아들, 딸, 종, 가축, 나그네까지도 쉬어야 한다’는 것은 애굽의 노예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만일, 너희가 하나님께서 쉬신 안식일에도 쉼 없이 일한다면, 너희는 다시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절실함이 ‘안식일 법’을 어기면 사형에 처하라는 율법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뿐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가축들까지도 안식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해야 할 것은 ‘즐거워하며 쉬는 것’입니다. 미리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안식일을 경축하는 것입니다. 축제입니다. 축제이기에 가장 예쁜 옷, 좋은 옷을 입고, 제일 좋은 음식을 나눕니다. 이사야 58장 13-14절에는 안식일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이사야서에 의하면 안식일은 1) 즐거운 날, 2)존귀한 날입니다. 그래서 이 날은 1)여호와 안에서 2)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3)쾌락을 찾지 않으며 4)사사로운 말을 하지 않으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주일은 즐거운 날이요, 하나님 안에 거함으로 하나님의 창조의 리듬에 우리를 맡기는 날이요,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하나님 안에서 쉬며 사색하는 날이요, 이 모든 행위를 통해서 우리의 시간을 향기롭게 만드는 날입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하나님 안에서 거하면서, 내 뜻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쾌락이 아닌 사색으로, 서로에게 덕을 쌓는 말을 하면서 지내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시간을 향기롭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면, 더딜 것 같고 손해 보는 것 같고, 뒤쳐질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여 안식일에도 쉼 없이 일하게 하는 것이 사단의 계략입니다. 사단이 삼지창 들고 꼬리를 달고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가장 달콤하고 멋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 중 하나가, 쉬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더 많이 소유할 수 있다며 맘몬의 질서를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주일성수를 통해서 이런 은혜를 맛보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공적인 예배에 참석하셔서 하나님이 주시는 창조의 리듬에 여러분을 맡기시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