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후 22주/ 창조절10주
스스로 굳세게 할지어다|
학개 1:15b~2:9
사랑하는 한남교회 교우여러분, 감사의 달 11월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는데, 지난 10월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통해서 무엇을 감사해야할지 아직 감사의 내용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셨겠지만, 저도 ‘이태원 참사’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에 의해 국가를 운영할 책임을 맡은 이들이 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들은 그런 자리에 앉아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애도기간을 정해 놓고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입막음하고, 책임을 서로 미루고, 몇몇 참가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축제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비난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으니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정권입니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을 감사해야할까요? 그러기에는 그들의 희생이 너무 큽니다. 나나 내 아이들이 그곳에 있지 않아서 감사할까요? 아닙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만 ‘감사’할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으니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너무 잔인한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이 시국에 이런 말씀을 주셨다면 받아들이기가 수월했을 터인데, 감사의 달을 맞이하면서 주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 시대의 징조를 보라
그리스도인은 이런 사회적인 현상들을 보면서 ‘시대적인 사인’을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 이후 이 사건에 이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들려주는 말씀을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런 문제들 앞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무엇을 해야 할지, 교회는 또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적인 사인 앞에서도 ‘이런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참사의 당사자가 아님을 감사하는’ 정도의 신앙에 머문다면 유아기적인 신앙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당한 이들과 유족들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도합니다.
■ 학개 개론
학개는 바벨론 포로귀환이 시작된 후 스룹 바벨의 인도 하에 1차로 포로생활에서 돌아온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폐허가 된 예루살렘 성전 재건 공사를 했지만, 주변의 온갖 방해가 있었습니다. 본래 한 민족이었던 사마리아인들도 성전 재건을 돕고자 했지만 유대인들이 강력한 반대로 반감을 불러일으켜 성전재건을 방해하는 주요 세력이 되었습니다. 가나안 원주민들도 유대인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잇따른 흉년과 고레스 왕을 이은 이들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무관심으로 성전 건축이 16년이나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스라엘 백성은 용기를 내서 성전 재건을 위해 힘썼지만 한 달이 못 되어 다시 성전 재건이 중단됩니다. 그 이유는 현재 재건 중인 성전이 솔로몬의 성전과 비교해 보니 너무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솔로몬의 성전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대단해 보였지만, 과거 솔로몬의 성전을 직접 보았던 이들에게는 재건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크게 낙심하였습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크게 낙심한 백성들에게 ‘잔치 혹은 축제’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학개를 통해 그들을 독려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 낙심한 백성들에게 주시는 말씀
하나님께서는 실의에 빠져 낙심하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십니다.
“힘을 내어라!”, “일을 해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비록, 지금 재건하는 성전이 솔로몬의 성전에 비하면 보잘 것 없고 초라하지만, 하나님의 영은 변함없이 그들과 함께 하실 것이요, 새 성전을 통하여 더 큰 영광을 받으시겠다고 말씀하시며 용기를 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이태원 참사로 낙심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읽었습니다.
“힘을 내어라!”, “일을 해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지 모르겠지만, 힘을 내야만 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져야할 이들이 책임지도록 일해야 할 것이요, 이런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을 믿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어지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있는지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가 고통으로만 남지 않기를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 힘을 낼 수 있는 근거
첫 번째 근거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이십니다.
“이 땅의 모든 백성아, 힘을 내어라. 나 주의 말이다. 내가 너희와 함께 있으니, 너희는 일을 계속하여라(4).” 이런 중에 하나님께서는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도와주시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변함없이 언약을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와 맺은 그 언약이 아직도 변함이 없고(5)” 하나님은 변함이 없으시니, 이제 남은 것은 이스라엘이 언약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실행하면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세 번째 근거는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평화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내가 바로 이곳에 평화를 깃들게 하겠다(9).”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을 홀로두지 않으시고 반드시 개입하셔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임마누엘 하시며,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언약을 지키고자 할 때에 약속하신 언약을 이루시고자 하시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직접 우리 삶과 역사에 개입하셔서 평화를 이뤄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황망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두려움과 절망의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우리의 일을 하면 됩니다. 우리의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의 평화가 이 땅에 깃들게 하는 일입니다. 온갖 불의와 거짓을 몰아내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입니다.
■ 스스로 굳세게 할지어다
그런데 이 일을 하고자 할 때에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악한 이들이 세상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6절의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 모르게 하늘과 땅,
바다와 들판을 뒤흔들어 놓겠다.
그리고 사악한 민족들을 모조리 흔들어 무너뜨릴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굳세게 하여 겁내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새번역 성경은 4절의 말씀을 “힘을 내어라. 이 땅의 모든 백성아. 힘을 내어라”로 번역했습니다. 개역성경은 이 부분을 “스스로 굳세게 할지어다. 이 땅의 백성아 스스로 굳세게 하여 일할 지어다”로 해석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힘을 내길 원하시지만, 그 결단은 이스라엘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하나님 도와주십시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도할 때 반드시 ‘자기 스스로 자신을 돕는 일’이 필요합니다. 자기 스스로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이 함께하지 않으면 공허한 기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힘을 내고자 힘쓸 때에 하나님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개입하셔서 우리를 도우십니다. 하나님이 굳세게 해주시는 복을 누리려면 ‘스스로 굳세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자기 스스로 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하나님도 도우실 수 없습니다.
■ 병행본문들이 주는 말씀
오늘 함께 읽지 못한 성서일과의 병행본문에서 몇몇 구절들을 뽑아보았습니다.
욥기 19장 19절에는 “그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의 소원을 이루시며 또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사 구원하시리로다.”는 말씀이, 데살로니가후서 2장 2절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거나 두려워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이, 누가복음 20장 38절에는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학개서의 말씀과 연결해 보면 공통의 주제가 분명해 집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말씀대로 살아가고자 힘쓰는 이들은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고 구원해 주시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시대가 암울하고 어둡습니다. 하지만, 절망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시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됩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도우셔서 평화의 나라를 이뤄주실 것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우쳐주시는 보혜사 성령님의 지혜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주님,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지만 두려움과 불안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시고, 스스로 굳게 서서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하옵소서. 살아가는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는 지혜를 갖고, 발 딛고 사는 이 땅에서 예수님의 길을 따라 살아가게 하옵소서. 임마누엘 평화의 하나님께서 우리와 맺은 언약을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을 믿고 담대하게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