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셋째주일(20220501)/ 어린이청소년 주일
어린이라는 세계
마태복음 19:13~15

13 그 때에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려와서, 손을 얹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랐다. 그런데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었다. /14 그러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15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주시고, 거기에서 떠나셨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은 어린이·청소년주일입니다.
방금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해 축복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의 본문은 아니지만 마태복음 22장 32절의 말씀에 “하나님께서는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다’ 하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느냐?”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 이삭의 아들 야곱 이렇게 3대의 신앙공동체가 언급됩니다.
저는 할아버지와 아들과 손주, 3대가 함께 가족별로 모여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꿈꾸곤 합니다. 아직은 꿈이지만, 우리 한남교회가 한 달에 한번 간 세대 예배를 드릴 때 3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는 가정이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실 때에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데려와 안수기도 받길 원했습니다.
아이들이 몰려오니 당연히 시끌시끌했을 것입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방해가 된다며 꾸짖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제자들을 나무라시며 “어린이들을 받아들이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의 것이다.”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은 어린이들을 어른들과 같은 존재로 대해주셨다는 것입니다.
같은 존재일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의 것이다.”라고 하심으로 어린이를 어른들이 배워야할 스승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단지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순수하거나 착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어린이들의 삶의 양식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하다는 말씀이요, 어린이들에게 배워야 한다는 역설적인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어린이들은 배워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가르침의 주체는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이들을 보며 배워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품성을 지니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친구가 끈이 있는 새 신발을 신고 와서 선생님에게 신발자랑을 하더랍니다.
신발자랑인가 싶었는데, 어린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신발 끈 묶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신발 끈을 묶어줬고, 자기도 어젯밤에 연습을 했는데 혹시 잘못 묶을지도 몰라서 신발 벗기가 망설여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혹시 안 되면 선생님이 도와주기로 하고 교실에 들어왔답니다.
수업이 끝나고 신발 끈을 매는 어린이를 격려하려고 “어른이 되면 신발 끈 묶는 일도 쉬워질 거야.”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린이가 대답하기를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들은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신발 신는 일이라고 합니다.
오른쪽 왼쪽 신발을 바꿔 신기도 하고, 발을 다 신발에 넣지 못하고 뒤꿈치를 접어 신기도 하고, 더군다나 끈이 있는 신발은 끈 매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인데, 아이들에게는 오른쪽 왼쪽 신발을 구분하는 일도, 신발에 발을 쏙 집어넣는 일도, 끈이 풀리지 않게 매는 일도 어려운 것입니다.

이럴 때 많은 부모는 어떻게 합니까?
“그것도 못 신느냐? 끈도 제대로 못 매냐?” 옛날 어르신들은 혼을 냈습니다만, 요즘 지혜로운 부모님들은 화를 내지 않고, 급한 마음에 대신 해 줍니다. 그러나 여러분, 어린이의 말대로 신발 신는 일은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다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자라고 연필은 짧아져, 어려웠던 일이 쉬워지기도 해.’
정말 지혜로운 부모님은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급한 마음에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천천히, 참아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지요.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신발 신는 일을 예로 들었지만, 아이가 넘어졌을 때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려 주는 일, 숙제를 하느라 끙끙거릴 때 대신 해주지 않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왜 쉽지 않습니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자녀를 사랑한다면 천천히,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어른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천천히,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을 통해서 어른들도 성장하게 됩니다.
자녀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왜 하나님께서 선물을 주셨는지 아십니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성숙한 사람이 되라고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아이들은 조금 더딜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잘 기다려주는 부모님이 되셔서 아이들도 부모님도 함께 성장하는 가정들 되길 바랍니다.
어떤 어린이 독서교실에는 ‘외투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독서교실에 오면, 교사들이 아이들의 외투를 잘 벗겨주고, 갈 때에는 외투를 잘 입혀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편안하게 팔을 뒤로 살짝 뻗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외투를 벗고 입을 때마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고급레스토랑이나 미용실에 가면 ‘외투서비스’를 합니다. 그때 ‘대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

어릴 때부터 좋은 대접을 받아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습니다.
정중한 대접을 받는데 익숙해 지면 점잖아지고, 정중함을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도 정중하게 대하고, 만일 부당한 대접을 받으면 바로 ‘이상하다.’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품위를 지켜주는 부모가 진짜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입니다.
자기의 아이들을 정중하게 대하면서,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대하게 되고, 부모님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정중하게 대하는 일을 통해서 아이들도 부모도 성장하는 것입니다.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으신가요?
제가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감사를 자주 표현하십시오.
제가 자주 ‘그림자 노동’에 감사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보이는 것에 대한 감사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어른이 품위 있는 어른입니다. 둘째, 사려 깊은 말을 하십시오. 막말하지 마시고, 다른 사람 흉보는 말을 삼가십시오. 그리고 셋째로 기본예절을 지키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래야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아이들도 품위유지를 해주는 멋진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혼탁할수록 품위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 분들 되셔서 아이들의 품위를 한껏 지켜주는 여러분 되길 바랍니다.
이게 참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어린이들이 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놀 시간을 만들어 내고, 친구를 불러내고, 놀 일을 만들어 놉니다.
여러분,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아야 성장합니다. 놀기를 통해서 배우기 때문입니다. 같이 놀다가 억울한 처지도 되어보고, 박수도 받아보고, 믿기지 않는 승리도 해 보고, 안타까운 패배도 해보고, 같은 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와 같은 편도 되보고, 힘을 합해서 혼자 못하던 일도 해보고, 이렇게 놀면서 아이들은 성장하는 겁니다.

저는 어려서 동네 아이들과 주로 자연에서 어울려 놀았습니다.
겨울엔 칡 캐러 다니고, 모내기 전에는 우렁이나 미꾸라지 잡으러 다니고, 여름엔 개구리 잡으러 다니고, 버섯 따러 다니고, 가을엔 밤, 도토리 따러 다니고, 과일 서리도 다니고.....공통점이 있죠. 먹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마 제가 보릿고개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그러니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놀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자연 속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은 저에게는 아주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놀이가 스승이었고 자연이 교실이었던 것입니다. 이 스승과 교실은 단 한 번도 지겨운 적이 없었고 실망시킨 적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겁내지 마십시오. 친구들과 놀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래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랍니다.
■ 생각존중하기

아이들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상상력이 어린이들의 힘입니다.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지 않고 획일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젊어지는 샘물’이라는 전래동화가 있습니다. 한 바가지 먹으면 3년씩 젊어진다는 신비한 샘물이지요. 그런데 어떤 욕심쟁이 할배가 와서 물을 너무 많이 마셔 어린 아가가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이 동화를 읽은 후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답니다.
“젊어지는 샘물을 얻으면?”
그러자 이들이 대답합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아내하고 나눠 마실래요.”, “사업을 할래요.”
여러분은 어떤 대답이 마음에 드십니까?
저는 다 마음에 듭니다. 이런 대답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개성이라고 하지요. 성경적으로 말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입니다.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계획을 세우시고 이 땅에 내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각자마다 ‘달란트’를 주셨습니다. 그것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들판의 꽃이 서로 달라서 예쁘듯이,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들을 존중해 주십시오. 그러면, 아이들의 생각주머니가 커질 것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공부나 해?”이러는 순간 아이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이라는 세계는 신비스럽습니다.
하나님은 오늘 어린이·청소년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니 그들에게서 배우라고 하십니다.
녀는 하나님의 선물이요, 선물을 주신 이유는 선물 받은 우리를 성장시키시기 위한 것도 포함됩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은 씨앗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그 씨앗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배나무를 바라지만 사과나무일 수도 있고, 대추나무일수도 있고, 나무가 아니라 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정성껏 씨앗을 가꾸면 됩니다.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믿고 맡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오늘 말씀드린, 기다려주기, 품위유지해 주기, 놀게 하기, 생각 존중하기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모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교회학교교육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관심, 교우들의 기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가 꾸는 꿈 ‘3대가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가 활성화 되어, 신앙의 유산을 전수해 주는 귀한 교회가 되길 기도해 주십시오. 오늘 함께 예배하는 모든 분들의 앞길을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실 줄 믿고 말씀을 마칩니다.

[거둠 기도]
창세전에 귀한 뜻을 세우시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계획안에 살아가도록 도와주옵소서, 어린이·청소년들 안에 하나님께서 계심을 믿사오니, 그들이 하나님과 함께 멋진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옵소서. 자녀를 선물로 주신 하나님, 부모님들을 축복해 주시고, 자녀를 향한 그들의 사랑을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삶의 성숙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 1부에서 예화들을 인용했습니다.
자녀가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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