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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 후 10주] 주어진 삶을 사랑하라

  • 관리자
  • 2026-08-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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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 후 10주(20260802)
주어진 삶을 사랑하라
전도서 3:1-11


지난 주 산책길에 여기저기 떨어져 죽어가는 매미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생을 다하고 죽은 매미들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몇 해를 땅속에서 보내고도 땅 위에서는 겨우 몇 주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매미는 짧지만 자기 계절을 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가 되기 전에는 억지로 땅 위로 올라오지 않았고, 때가 되자 힘껏 울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시간을 마치자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산책길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매미는 매미답게 살았구나.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은 무엇으로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을까?
오늘 전도서는 그 질문에 답을 들려줍니다.

 

■ 여기 아닌 저기를 꿈꾸는 인간


자연은 자기 계절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봄은 봄답게 꽃을 피우고, 여름은 여름답게 짙은 녹음을 드리우며, 가을은 가을답게 열매를 맺고, 겨울은 겨울답게 모든 것을 품은 채 침묵합니다. 어느 계절도 다른 계절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만은 다릅니다.
어린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청년은 학생 시절을 그리워하며, 중년은 젊음을 붙잡으려 하고, 노년은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늘 지금이 아닌 다른 때를 동경하며 살아갑니다. 섬에 살면 육지가 그립고, 육지에 살면 섬이 그립습니다. 지금 손에 들려 있는 선물보다 아직 손에 쥐지 못한 것을 더 크게 바라봅니다. 그래서 현재의 계절을 살아가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기다리거나 이미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여기가 아닌 저기'를 꿈꾸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미 받은 것에 감사하기보다 아직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지금이라는 시간의 아름다움보다 다른 시간의 가능성을 더 크게 바라봅니다. 그러나 전도서는 우리를 다른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로 불러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계절을 사랑하라고, 바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내라고 말합니다.

 

■ 헤벨


전도서는 바로 그런 우리에게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전 3:1)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도서를 허무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장을 펼치면 곧바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말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헛되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가 바로 '헤벨(hevel)'입니다.

헤벨은 입김이나 안개, 새벽이슬처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헤벨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선언이 아니라, 삶은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덧없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전도자는 인생이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생은 너무도 소중하지만, 입김, 안개, 새벽 이슬처럼 우리의 뜻대로 붙잡아 둘 수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젊음도, 건강도, 사랑도, 명예도, 돈도, 슬픔도, 기쁨도 영원히 머물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흘러가고, 모든 것은 변합니다.

 

■ 삶의 지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도서는 곧이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이 변하기 때문에 때가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영원히 그대로라면 계절도, 시작도, 끝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삶을 계절처럼 변화하도록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고, 붙잡을 때가 있고 놓아줄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도서는 허무를 말하는 책이 아니라 때를 따라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책입니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끝까지 붙들려 애쓰기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오늘의 계절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지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도자는 조금 뒤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들었다.“(전 3:11) 그러므로 삶의 지혜는 모든 것을 영원히 붙잡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알맞은 때를 온전히 살아내는 데 있습니다.

 

■ 주어진 삶을 사랑하라


베네딕도회 수녀이자 영성가인 조앤 치티스터는 전도서를 묵상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삶의 모든 계절을 선물하신다. 문제는 계절이 아니라 그 계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다. 삶의 지혜는 자신에게 주어진 알맞은 때를 거부하지 않는 데 있다. 성숙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며 전도서 3장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은 성공의 공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인생이라는 계절을 주셨습니다. 그 계절 속에는 우리가 반기는 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날 때도 있지만 죽을 때도 있고, 심을 때도 있지만 뽑을 때도 있으며, 웃을 때도 있지만 울 때도 있습니다. 사랑할 때도 있지만 미워해야 할 때도 있고, 평화를 누릴 때도 있지만 전쟁을 치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웃을 때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쉽게 받아들이지만, 울어야 하는 때와 잃어버리는 때, 포기해야 하는 때, 기다려야 하는 때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그 모든 때를 하나님의 시간 안에 놓습니다. 좋은 때만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때까지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도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수고하라고 지우신 짐이다."(전 3:10) 여기서 '수고'는 단순한 고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삶의 몫입니다. 누구도 짐 없이 살아가지 않습니다. 사랑에도 짐이 있고, 일에도 짐이 있으며, 관계에도 짐이 있고, 늙어감에도 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짐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짐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짐을 지우셨지만, 그 짐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람답게 빚어가기 위한 짐입니다.

조앤 치티스터가 말한 것처럼 성숙은 원하는 삶을 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주어진 삶을 사랑하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계절을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짐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전도서가 말하는 지혜이며 믿음의 길입니다.

 

■ 오늘이라는 직소퍼즐 한 조각


우리는 인생을 너무 멀리 내다보며 살아갑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 하고, 미래를 미리 준비하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인생 전체를 보여주지 않으십니다. 전도서도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지만,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전체 그림을 볼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직소 퍼즐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직소 퍼즐을 맞출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커다란 그림을 한 번에 완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손에 들린 퍼즐 한 조각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그 조각이 들어갈 자리를 찾습니다. 한 조각을 맞추면 또 다음 조각을 찾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 어느새 전체 그림이 완성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내일의 퍼즐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내년의 퍼즐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오늘이라는 퍼즐 한 조각을 우리 손에 쥐여 주셨습니다. 우리는 자꾸 내일이라는 조각을 찾느라 오늘 손에 들려 있는 조각을 소홀히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늘을 살아내라고 하십니다. 오늘의 조각을 사랑하며 제자리에 놓으라고 하십니다.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하나님의 몫입니다.

 

■ 답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는 일은 ‘답게’ 사는 것입니다.

사람답게, 그리스도인답게, 그리고 자기 계절을 사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답게' 산다는 것은 정해진 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는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내게 맡기신 때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다운 계절이 있고, 청년은 청년다운 계절이 있으며, 중년은 중년다운 계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노년에는 노년만이 누릴 수 있는 계절이 있습니다. 어느 계절이 더 우월한 것이 아닙니다. 봄꽃이 아름답다고 가을 단풍이 덜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여름의 푸르름이 있다고 겨울의 침묵이 덜 소중한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계절에는 모두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 사는 방법은 많이 배웠습니다.

건강을 관리하고, 운동하고, 노후를 준비합니다. 그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법이 아니라 깊게 사는 법입니다. 노년은 쇠퇴하는 시간이 아니라 깊어지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노년이 되어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청년 때부터 자기 계절을 사랑하는 사람은 중년에도 깊어지고, 중년에도 깊어진 사람은 노년에도 자연스럽게 익어갑니다. 잘 익은 과일은 억지로 달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계절을 견디며 햇빛과 비를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계절을 받아들이며 살아온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삶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집니다.

 

■ 성숙한 신앙


신앙도 그렇습니다.

미성숙한 신앙은 늘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더 큰 기적, 더 많은 축복, 더 높은 자리, 더 완전한 삶을 꿈꿉니다. 그러나 성숙한 신앙은 오늘을 사랑합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내게 허락하신 사람을 사랑하고, 오늘 맡겨주신 일을 감사하며, 오늘 주어진 때를 살아냅니다. 성숙한 삶이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전도서가 말하는 지혜입니다.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는 날,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삶이라는 퍼즐의 완성된 그림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왜 다른 사람의 퍼즐을 맞추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으실 것입니다. 왜 더 빨리 가지 못했느냐고도 묻지 않으실 것입니다. 다만 오늘 네 손에 맡겨 준 한 조각을 사랑하며 맞추었느냐고 물으실 것입니다.

전도서는 우리에게 인생을 서두르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래 살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 계절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때를 선물로 받아들이고, 오늘이라는 퍼즐 한 조각을 정성껏 맞추며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산책길에 누워 있던 매미는 제게 한 가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기 계절을 다 살아낸 생명은 짧아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라는 계절을 오늘답게. 하나님께서 맡기신 삶을 사랑하며.
그리스도인답게.*


■ 거둠 기도

주님,
우리가 저마다 가장 아름다운 때를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며,
자기의 때를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해 주소서.
원하지 않는 삶이라도 주어진 오늘을 정성껏 살아가게 하시어,
성숙한 삶을 이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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