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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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후 7주]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 관리자
  • 2026-07-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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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후 일곱 번째 주일(20260712)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성서일과
시편 119:105-112; 창세기 25:19-34; 로마서 8:1-11;마태복음 13:1-9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를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영상과 뉴스, 짧은 글과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우리를 향해 쏟아집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깊이 읽고, 오래 생각하며, 천천히 묵상하는 능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 시편 기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의 빛이니이다.”
그리고 이어서 기도합니다.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 정보 비만증에 걸린 사회


독일의 철학자 한병철은 오늘의 사회를 ‘정보 과잉의 사회’라고 말합니다.
그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유하고 성찰하는 능력이 약해진다고 지적합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지혜는 부족하고, 연결은 많지만 깊이는 얕아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소비하지만, 정작 한 가지를 오래 붙들고 삶을 돌아볼 줄 아는 힘은 잃어가고 있습니다.

정보는 머리를 채우지만, 말씀은 생명을 살립니다.

신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성경을 직접 읽기보다 누군가가 해석해 준 이야기만 듣고, 설교자만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성경의 전체적인 흐름과 중심을 놓치게 됩니다. 결국 몇 구절만 떼어내어 자기주장에 이용하는 이단의 가르침에도 쉽게 흔들리게 되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결국 우상을 섬기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한다면
적어도 성경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책인지,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큰 맥락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성경은 거울이다


그러나 성경 읽기는 단순히 글자를 많이 읽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여러 번 통독했다고 해서 말씀이 우리 안에 살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사를 많이 했다고 해서 저절로 거룩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키르케고르는 성경을 ‘거울’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울은 남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비추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지만, 결국에는 성경이 우리를 읽게 해야 합니다. 말씀이 나를 판단하도록 허락하는 사람이 신앙인입니다. 말씀이 내 욕심을 드러내고, 내 교만을 깨뜨리며, 내 삶을 바꾸어 갈 때 비로소 우리는 말씀을 읽은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은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실천하지 않는 말씀은 아직 읽지 않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더 깊이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도 필요하고, 역사도 필요하며, 철학과 문학, 예술과 인문학도 도움이 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과 세상 속에서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말씀이 난해한 것은 아닙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 "거짓 증언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 "용서하라." 이런 말씀들은 주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어를 몰라도 되고, 박사 학위가 없어도 됩니다. 문제는 말씀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는 목적은 지식을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삶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백 가지 말씀을 아는 사람보다, 한 가지 말씀이라도 살아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 성서일과가 말하는 하나의 주제


이번 주 성서일과는 서로 다른 본문처럼 보이지만, 모두 “말씀은 생명을 살린다.”는 하나의 주제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악인들이 생명을 노리는 위기 속에서도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의 빛”이라고 고백하며,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말씀은 생명을 살립니다.
창세기에서 에서는 당장의 배고픔 때문에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팥죽 한 그릇과 바꾸어 버립니다. 하나님의 약속보다 순간의 욕망을 선택한 것입니다.
로마서에서 바울은 육신을 따르는 삶은 사망으로, 성령을 따르는 삶은 생명과 평안으로 나아간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영, 곧 말씀이 우리 안에 거할 때 우리는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됩니다.
복음서의 씨 뿌리는 비유는, 씨앗은 같지만 좋은 땅에 떨어질 때만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말씀을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씀이 우리 삶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번 주 성서일과는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을 살리며, 그 말씀을 삶으로 살아낼 때 비로소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 성경은 인간을 읽는 가장 깊은 책이다


성경은 신앙인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류 문명의 중요한 토대입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 음악을 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종교를 떠나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알아야 합니다. 서양의 위대한 문학과 미술, 음악과 철학은 대부분 그 토대 위에서 자라났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모른 채 서양의 고전 문학을 읽는 것은 절반만 읽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욥기는 성경 안에서도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간의 고통과 침묵하시는 하나님 앞에서의 질문을 이처럼 깊이 다룬 작품은 흔하지 않습니다.

역사가이자 문필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욥기를 가리켜 “인간의 펜으로 쓰인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했습니다. 욥기를 읽지 않고 인간의 고통을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성경을 읽지 않고 서양 문학과 예술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성경은 인간을 가장 깊이 이해하게 하는 책일 뿐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다시 읽게 하는 책입니다.
 

■ 순수한 말씀읽기


그렇다고 신학과 인문학이 말씀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순수하게 성경을 읽는 일입니다.
어린아이가 읽어도, 배움이 많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깨닫게 하십니다.
우리가 평생 성경을 읽는 이유는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말씀을 읽다가 하나님께서 어느 순간 한 구절을 통해
우리의 삶을 흔드시고, 붙드시고, 일으켜 세우시는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씀은 오늘도 살아 있습니다. 


이번 주로 창세기 새벽묵상이 마무리됩니다.
이어서 출애굽기가 시작됩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되는 '한남교회 매일아침 묵상',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 말씀이 내 안에서 생명이 되게 하라


시편 기자는 말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빛은 길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걸어가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면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시편 기자 역시 그런 현실 속에 있었습니다. 악인들이 생명을 노리고 올무를 놓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의 법도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말씀만이 결국 생명의 길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도 같은 고백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씀을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보다 말씀을 살아내는 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경을 외우는 것보다 성경을 먹는 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먹은 말씀만이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말씀을 먹는다’는 표현은 메타포로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인간을 가장 깊이 이해하게 하는 책일 뿐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다시 읽게 하는 책입니다. 아무리 성경에 통달했어도 삶으로 살아낼 생각이 없다면 그 지식은 생명이 아니라 위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기도는 시편 기자의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주의 말씀은 우리를 살아나게 하는 능력입니다.
정보가 아니라 말씀으로, 지식이 아니라 생명으로, 오늘도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거둠 기도

주님,
주의 말씀은 우리의 발에 등이요, 우리의 길에 빛이 되심을 믿습니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말씀의 빛을 따라 걷게 하시고, 손해를 보더라도 진실을 선택하게 하시며, 미움을 받더라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세상의 욕망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더 귀하게 여기게 하옵소서. 우리의 귀가 말씀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게 하시고, 우리의 삶이 말씀을 살아내는 증거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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