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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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주일]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

  • 관리자
  • 2026-05-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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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주일(20260531)
하나님이 보낸 천사
창세기 18:1-8;히브리서 13:2

 


“여러분은 천사를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는 천사를 생각하면 흔히 흰옷을 입고 날개를 단 존재를 떠올리거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큐피드 같은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천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때로는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때로는 지친 얼굴을 한 이웃으로 다가오며, 때로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의 모습으로도 다가옵니다.




오늘은 삼위일체주일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홀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서로를 향해 존재하시는 하나님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관계 속에서 하나님을 드러내는 삶입니다.
 

■ 뜨거운 한낮을 걸어가는 인생


 

어느 뜨거운 한낮입니다.
햇볕은 사람의 숨을 막을 만큼 뜨겁고, 땅에서는 열기가 피어오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시간에는 길을 걷지 않습니다. 짐승도 그늘을 찾고, 사람도 천막 안으로 몸을 숨깁니다. 아브라함도 마므레 상수리나무 아래, 자기 장막 입구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마 그늘에서 잠시 시원한 바람이라도 기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  누군가가 그 뜨거운 길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왜 하필 가장 뜨거운 시간에 저 사람들은 길 위에 있었을까? 어쩌면 급히 쫓겨난 사람들일 수도 있고, 머물 곳이 없는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고, 오늘 하루를 견디기 위해 걷고 또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마리아 여인처럼,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 뜨거운 한낮에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인생도 그렇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뜨거운 한낮을 지나갑니다. 남들은 쉬고 있을 때에도 울며 걸어야 할 때가 있고, 아픈 몸을 이끌고 하루를 버텨야 할 때도 있고, 외로움 속에서 힘겨운 길을 걸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관계의 상처를 안고 걷기도 하고, 실패와 후회의 그림자를 안고 걸아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 믿음의 척도


아브라함의 믿음은 바로 거기서 시작됩니다.
그는 천사를 알아본 것이 아닙니다. 그가 본 것은 ‘지친 나그네’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우리는 익숙한 사람에게는 친절할 수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은 편안합니다. 그러나 낯선 사람, 이해되지 않는 사람, 불편한 사람 앞에서 우리는 망설이게 됩니다. 아브라함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타자’였습니다.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는 사람들, 자기 공동체 바깥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그들을 경계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달려갔고, 몸을 낮추었고, 자기의 집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히브리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믿음의 척도는 내 앞의 타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납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다하고,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해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타자를 혐오하고 차별한다면 그 믿음은 헛된 믿음입니다.
 

■ 길 위의 사람들


고대 근동 사회에서 나그네를 환대하는 일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었습니다. 사막과 광야를 지나야 했던 시대에 나그네를 맞아들이는 일은 곧 생명을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물 한 그릇, 쉴 자리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브라함 자신도 나그네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고향을 떠난 이후 평생 장막을 치고 거두며 살아야 했습니다. 성경은 그를 “외국인과 나그네”라고 부릅니다. 아브라함이 나그네를 환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도 나그네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 외로운 이를 품을 수 있고, 고단함을 아는 사람이 지친 사람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잠시 이 땅을 지나가는 나그네들입니다. 영원히 머물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은 자기 삶이 영원할 것처럼 움켜쥐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믿음은 장막의 영성입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임을 아는 겸손입니다. 인생이 나그네길임을 아는 사람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 역시 뜨거운 한낮 길을 걸어가는 또 한 사람의 나그네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 소돔과 고모라와의 차이


창세기 18장의 아브라함 이야기 뒤에는 곧바로 창세기 19장의 소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두 이야기는 서로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나그네를 환대했지만, 소돔은 나그네를 위협했습니다. 아브라함의 장막은 열린 공간이었지만, 소돔은 닫힌 욕망의 공간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낯선 이를 하나님처럼 대했고, 소돔은 낯선 이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소돔의 죄는 단순한 특정 윤리 문제 하나로 축소될 수 없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죄는 다수의 무리로 이루어진 집단이 집단을 이루지 못한 개인이나 집단이라고 할 수 없는 소수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소설가 이승우는 ‘소돔의 하룻밤’이라는 소설에서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교회는 지친 영혼이 쉬어갈 수 있는 아브라함의 장막입니까, 아니면 자기와 다른 이들을 밀어내는 소돔의 성문입니까? 우리의 말과 태도는 사람을 살리는 환대입니까, 아니면 상처 입히는 배제와 판단입니까? 우리는 오늘도 낯선 얼굴로, 연약한 타자로 오시는 천사를 알아보고 있습니까?
 

■ 일상으로 오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에 나그네로 오십니다. 말없이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 오십니다. 도움을 청하는 나그네로 오시기도 하고, 내가 돌봐야 할 사람으로 오십니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에게 나그네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구원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짐이면서도 선물이고, 불편한 질문이면서도 은총의 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은 사람을 통하여 사람에게 오십니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에게 천사입니다.
 

■ 천사는 메신저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저는 목회의 여정을 돌아보며 고백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제게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였습니다. 저를 위해,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이 바로 천사였습니다. 말없이 자리를 지켜 주신 분들이 천사였고, 부족한 목사를 참아 주신 분들이 천사였습니다. 때로는 이런저런 설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해 주신 분들도 천사였습니다. 그런 분들이 있어서 설교를 대충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위로받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기쁜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설교를 준비할 수 있었으니 그분들도 천사였습니다. 아프고 연약해서 더 마음 쓰게 한 분들도 천사였습니다. 천사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천사는 서로에게 보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실 모두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천사일 수 있고, 누군가가 내게 천사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천사는 단순히 신비한 존재가 아닙니다. 천사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하나님의 일을 돕고, 하나님의 마음을 사람에게 연결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천사’(מַלְאָךְ, 말라크)라는 말 자체가 본래 “보내심 받은 자”, “메신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하나님의 소식을 전하는 천사였습니다. 다니엘에게는 하나님의 계획을 설명했고, 마리아에게는 예수님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두려움 속에 있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시작하시는 새로운 일을 전하는 존재였습니다.
 

■ 우리 모두 천사입니다


천사는 곧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님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우리가 하나님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 앞의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사람 안에 하나님의 숨결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미워하지 마시고, 차별하지 마시고, 혐오하지 마시고, 함부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내 앞에 선 사람이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일지도 모릅니다.




아브라함은 나그네를 대접하다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천사인 것을 알아보고 환대한 것이 아닙니다. 환대했더니, 그들이 천사였고 하나님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사랑하다 보면 “아, 이 사람도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였구나! 아, 이 만남도 은총이었구나!”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모두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입니다. 서로에게 천사처럼 살아가시고,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줍시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 일상으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놓치지 맙시다. 천사를 대접하다 하나님을 만난 아브라함처럼, 여러분도 서로를 환대하다 하나님을 만나는 분들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거둠 기도
하나님,
오늘도 우리의 일상 속에 나그네처럼 찾아오시는 주님을 놓치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 앞에 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하시고,
지친 사람을 외면하지 않게 하시며,
서로에게 상처보다 위로가 되는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아브라함이 나그네를 대접하다 하나님을 만났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환대하다 하나님을 만나게 하시고,
우리의 가정과 교회가 소돔의 성문이 아니라
쉼과 생명이 있는 아브라함의 장막이 되게 하옵소서.
오늘도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처럼 살아가게 하시고,
또한 누군가를 통해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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