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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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주일] 그림자 노동에 감사

  • 관리자
  • 2025-10-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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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 후 20주/추수감사주일(20251026)
그림자 노동에 감사
골로새서 3:23-24



추수감사주일은 풍성한 결실을 바라보며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그러나 풍요 속에서 감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감사 대신 불평이 늘고, ‘당연한 것’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모두 누군가의 수고와 하나님의 은혜 위에 세워진 선물임에도,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그랬습니다.
하나님은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게 되거든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신명기 8:12–14)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풍요로울 때마다 교만해져서 하나님을 잊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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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는 축복이지만, 감사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영혼을 무디게 만들고, ‘익숙한 것’은 감사의 감각을 마비시킵니다.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감사는 결실의 풍요보다 관계의 회복, 마음의 겸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길을 기억하는 감사입니다.
 

■ 세상을 지탱하는 그림자 노동

오늘 본문은 “무슨 일을 하든지 주님께 하듯 하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단지 ‘열심히 하라’는 윤리적 권면이 아닙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하나님은 보신다’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사회학자 이반 일리히는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습니다.
세상이 돌아가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을 뜻하지요.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의 손, 청소하는 손, 새벽 첫 버스를 모는 손, 그리고 교회에서 이름 없이 봉사하는 손들. 세상은 그 손길을 주목하지 않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수고를 기억하십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마태복음 6:3)
보이지 않는 그 손길을 향해 하나님은 미소 짓고 계십니다. 그것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여러분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몰라줘도 서운해 하지 마시고, 맡겨진바 소명에 충성하십시오. 하나님이 꼭 필요한 순간에 갚아주실 것입니다.
 

■ 관계의 철학 — “나는 연결되어 있다, 고로 존재한다”

‘일상을 철학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뉴필로조퍼 코리아판 32호>의 주제는 ‘연결(connection)입니다. 그 책에서 철학자 프레드 거겐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보다 “나는 연결되어 있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더 인간적이라고.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노동, 누군가의 시간, 누군가의 사랑 위에 서 있습니다. 감사는 그 연결의 자각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가 있고, 그 지체가 많으나 한 몸이니, 그리스도도 그러하시다.” (고린도전서 12:12)
우리는 서로의 지체입니다.
눈이 손에게 “나는 네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없고, 머리가 발에게 “너는 쓸모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감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함을 깨닫는 데서 피어납니다.
 

■ 자연의 그림자 노동 — 사람 아닌 것들과의 교감

감사는 사람만의 일이 아닙니다.
자연도 묵묵히 세상을 섬기는 노동자입니다.
태양은 아무 보수 없이 빛을 비추고, 바람은 쉼 없이 불며, 흙은 아무 말 없이 씨앗을 품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대신하는 창조의 동역자입니다. 시편 기자는 노래합니다.
“주는 땅에 물을 넉넉히 주어 풍성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강에는 물이 가득합니다.” (시편 65:9)
자연의 질서 속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흐릅니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니의 꽃밭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흙과 꽃이 하루 종일 서로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지요. “얘들아, 꽃에게 물을 줄 때는 그냥 주지 말고, ‘수고했다’ 하고 줘야 한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그것이 감사라는 이름의 교감이었음을.
감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넘어서 창조세계 전체와의 관계로 확장됩니다.
우리가 자연의 그림자 노동을 잊는 순간, 땅은 피폐해지고 인간의 영혼도 함께 메말라갑니다.
 

■ 신앙의 그림자 — 주님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신다

하나님은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일하십니다.
출애굽의 역사도, 예수의 탄생도, 십자가의 구원도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가복음 10:45)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다.” (요한복음 13:15)
하나님의 사랑은 늘 낮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빛은 그림자를 통해 더 뚜렷해지고, 은혜는 감추어진 자리에서 피어납니다.
그래서 감사는 ‘위대한 일’을 향한 감탄이 아니라, ‘작은 일’을 향한 경외의 시선입니다.
 

■ 감사는 관계를 회복하는 능력

감사는 단순히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아닙니다.
감사는 관계를 회복시키는 신앙의 언어입니다.
감사를 잃으면 신앙은 형식이 되고, 관계는 습관이 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주님께 하듯 하라”는 말씀은, 일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라는 초대입니다.
감사를 통해 신앙은 다시 살아납니다. 감사는 신앙의 호흡이고, 공동체의 심장 박동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 열 명을 고치셨을 때, 돌아와 감사를 드린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7:11–19)
그때 예수님이 물으셨지요.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있느냐?”
감사는 믿음의 완성입니다. 주님은 감사하는 자를 통해 믿음을 보십니다.
 

■ 결론 — 감사는 빛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세상은 여전히 보이는 힘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림자 노동을 통해, 하나님은 여전히 세상 안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감사는 단순한 추수의 감사가 아니라, 그림자 노동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감사가 교회를 새롭게 하고, 교회의 감사가 세상을 따뜻하게 하며, 세상의 감사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소망합니다.


거둠기도

주님,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수고와 주님의 은혜로 이루어졌음을 깨닫습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손길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가정과 교회, 사회와 자연 안에 당신의 그림자 같은 은혜가 흐르고 있음을 보게 하소서.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신앙의 첫사랑을 회복하게 하시고, 우리의 예배가 감사의 고백이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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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주일설교모음은 이미지 없이 텍스트만 제공합니다.
이미지에 내용이 묻혀버린다는 의견도 있고, 서버의 저장용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텍스트에 열중하시면 이전보다 더 깊은 묵상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주일예배시에는 설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미지는 이전처럼 활용될 것입니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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