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절 5주(20240317)
이 일을 위하여 왔다
요한복음 12:20~33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봄이 왔습니다.
‘여기에 꽃이 피었네 저기에 꽃이 피었네’하는 봄소식만 듣다가 저도 지난 한 주간 직접 봄을 보았습니다. 서울숲 산책길에 산수유, 크로커스, 복수초를 만났고, 강가의 버드나무가 연록의 빛에 물들어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명감을 가진 듯 철 따라 피는 꽃을 보면서, 사람들도 각자가 가진 사명을 철 따라 피워내면 좋겠다는 생각해봅니다. 그러다 번쩍, ‘그러는 나는 철이 들었나?’하는 생각에 나를 돌아봅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야야, 성경 말씀은 정말 일점일획도 틀린 것이 없이 다 맞는데 이 말씀은 영 아니란 말이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하는데, 죽는 것이 아니고 변화되는 것이지. 썩거나 죽은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없지. 예수님이 농사를 안 지어 봐서 모르시는 모양이야. 예수님은 목수셨거든.”
아버님의 이 말씀은 ‘밀알’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언뜻언뜻 떠올랐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렇지요. 싹을 틔우는 씨앗은 죽거나 썩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입니다. 싹을 틔우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씨앗’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씨앗은 신비입니다. 그 작은 씨앗 속에 잎, 꽃, 열매 모든 것이 다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서 씨앗은 자신을 부정하고 내세우지 않지만, 그래서 죽지만 새 생명을 피워 냅니다. 그것이 씨앗의 사명입니다. 누군가를 먹여 생명을 살리고, 땅에 뿌려져 다 많은 열매를 맺는 겄이 씨앗의 사명입니다.
예수님은 작은 겨자씨가 나무가 되는 비유뿐 아니라, 씨앗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는 이야기, 네 가지 마음 밭에 관한 이야기 등 ‘씨앗’과 관련된 말씀을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자연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는 섬세한 감성이 풍부하신 분이셨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도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본문에서 ‘밀알’이 상징하는 바는 결국 ‘예수님 자신’입니다.
‘자신’은 가장 소중한 것이요, 자기 존재는 ‘살아있음’으로 증명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밀알은 곧 ‘생명’이요, 가장 소중한 것이고, 가장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표준새번역 성경에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이라고 번역된 부분의 정확한 번역은 ‘사랑으로 그 목숨을 버리는 사람은’입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싫어서 자기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자기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땅에 떨어진 밀알이 죽는다는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임당할 것임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왜 죽습니까?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서, 또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죽습니다.
십자가 죽음을 생각하면 27절에서 밝힌 바대로, 예수님의 마음도 괴롭습니다. 벗어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때, 이 일을 하기 위해 오셨다.’는 사명을 되새기십니다. 그 사명이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영광의 길로 표현합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는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믿는 이들이 구원을 얻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당시 이 말씀을 하실 때의 ‘밀알’은 예수님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고, 오늘날 우리에게 ‘밀알’의 의미는 ‘내가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이 ‘밀알’이 되어 땅에 떨어져 죽을 것이라는 결단을 하며, 하나님께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되게 해 주십시오.”합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내가 이미 영광되게 하였고, 앞으로도 영광되게 하겠다.” 사순절 두 번째 주일 설교 제목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결정은 내가 한다>였습니다. 하나님의 생각과 인간의 생각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선택은 인간이 하지만, 선한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의 말씀을 오늘 우리는 또 보는 것입니다.
“내가 이미 영광되게 하였고, 앞으로도 영광되게 하겠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밀알의 사명을 감당하기로 결단한 예수님의 순종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결정은 하나님이 하시지만, 반드시 순종하는 이가 있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창조의 동역자로 부름 받은 우리의 순종이 있을 때 하나님은 또한, 영광 받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밀알’이 되어야 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나눔’이라는 단어와 연결해 보았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이웃에게 나누는 행위, 그것이 바로 ‘밀알을 땅에 뿌리는 행위’입니다. 그런 삶을 살아갈 때에 하나님은 이미 영광을 받으셨고, 그런 일들이 영광되게 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 그것은 바로 ‘소중한 것을 나누는 삶’이요,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입니다.
29절 말씀을 보면 하늘에서 들려 온 소리 “내가 이미 영광되게 하였고, 앞으로도 영광되게 하였다.”라는 말씀을 예수님과 함께 거기에 서 있던 무리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천둥이 울렸다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천사가 예수님에게 말하였다고도 합니다. 그때 예수님은 “이 소리가 난 것은, 나를 깨우치시려는 것이 아니라, 너희를 깨우치시려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하늘의 소리’는 무리를 깨우치기 위한 말씀이었지만, 정작 무리는 천둥 소리인지 천사의 소리인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제대로 듣지도 깨닫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지요?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소리’를 시시각각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들려주시고, 볼 수 있도록 보여 주십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가 있음을 가늠만 할 뿐 정확하게 깨닫지 못합니다. 봄이라는 계절을 통해서, 피어나는 작은 꽃, 혹은 기후 변화나 전쟁의 소식 등을 통해서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시는데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건을 통해서 우리에게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그 소리를 듣는 여러분 되길 바랍니다. 아마도 조금씩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는 자연이나 말씀 혹은 독서를 통해서 ‘하늘의 소리’를 잘 듣는 편입니다. 그러나 또 어떤 분들은 다른 통로를 통해서 ‘하늘의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하늘의 소리는 마음이 너무 분주하면 들리지 않습니다. 조용하게 묵상할 때, 기도할 때 들립니다.
우리가 하루에 한 번씩은 시간을 정해놓고 조용히 하나님 앞에 나가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일’은 무엇입니까?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을 생각하면 예수님도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명이요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순종하십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부활의 영광을 생각하고 그 길을 걸어가신 것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가야 할 길에는 십자가, 고난, 죽음만이 선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기꺼이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이 되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죽으심으로 부활하신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죽은 것이 아니고 ‘변화된 것’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위해서 이 땅에 온지 아는 것을 ‘사명을 안다’고 합니다. 사명을 깨달은 이후 중요한 것은 결단입니다. 많은 사람은 사명을 깨닫는 단계까지도 못갑니다. 그래서 맘몬의 허상에 빠져 삶을 낭비합니다. 하나님의 동역자로 부르심을 받는 여러분은 사명을 깨닫는 분들 되시고, 결단하여 기꺼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밀알’을 땅에 뿌리는 귀한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열매 맺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그런 결단을 한 이들을 통해 이미 영광 받으셨고, 영광 받으실 것입니다.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이 일을 위하여 왔다’고 하시며, 자신의 사명을 분명히 아셨습니다. 이렇게 사명을 분명하게 아는 이들은 비록 그 길 앞에 힘든 일이 있어도 낙심하지 않고 기꺼이 그 길을 갑니다.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 도우십니다. 여러분의 사명은 무엇이고, 그 사명을 위해 사용할 ‘밀알’은 무엇입니까? 밀알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것을 지혜라고 세상은 말하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땅에 뿌리라고 하십니다.
여러분, 가장 소중한 것을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밀알을 움켜쥐는 행위입니다. 그것을 나누십시오. 그것이 밀알을 땅에 뿌리는 행위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그것은 죽어 없어지지 않고 변화되어 선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 선한 열매는 여러분뿐 아니라 이웃과 하나님도 함께 기뻐할 열매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늘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대충, 천둥소린지 천사의 소린지 들었다고 안주하지 마십시오. 바로 여러분에게 들려주시는 ‘하늘의 소리’를 분명하게 들으십시오. 그리고 ‘하늘의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예수님처럼 순종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고, 영광되게 하시는 삶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런 복을 누리시는 여러분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소중한 목숨까지도 기꺼이 십자가에 내어놓으신 주님,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심으로 우리에게도 새 생명의 길이 열리게 되었음을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 각자에게도 주신 사명이 있음을 압니다. 그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하시고, 밀알을 땅에 뿌려 많은 열매를 맺듯이 우리의 소중한 것으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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