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첫째 주일(20240218)
광야의 시간
마가복음 1:9~15

오늘은 사순절 첫째주일입니다.
사순절을 상징하는 색은 보라색입니다. 보라색에는 두 가지 상징이 있는데 하나는 왕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고난을 상징합니다. 왕으로서의 예수님, 고난당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절기가 사순절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을 광야로 들어가는 시간이라고도 합니다.
2024년 한남교회 비전은 ‘주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하소서!’입니다.
표지 그림을 보시면, 하늘 색 바탕에 십자가가 중심에 있습니다. 하늘색은 온 우주를 상징합니다. 그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고, 십자가 끝의 초록색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통해서 움트는 생명을 상징합니다. 중앙의 가시면류관은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하고, 가운데 붉은 피는 예수님의 피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가시면류관을 감싼 하얀 원은 ‘완전함’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십자가 사랑을 신앙의 중심으로 삼고 살아갈 때,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생명의 빛을 피워내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그린 것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림보다 해석’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의미들을 담아 그려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의 중심에는 ‘가시면류관과 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희생양으로 돌아가신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예수님의 고난 없이는 있을 수 없었습니다.
마가의 관심은 ‘복음 Good news’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 15장 16절에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온 세상에 나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여라!” 이것이 마지막 당부입니다. 마가복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구절은 16장 16절입니다.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을 것이다.”
즉, 복음의 핵심 내용은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라는 말씀입니다. 마가의 관심은 온통 ‘복음의 핵심적인 내용, Big event = 복음’에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성서일과의 말씀은 복음서의 말씀 중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다’라는 제목이 붙은 본문입니다. 그리고 짤막하지만, ‘시험을 받으시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다’라는 굵직한 제목들이 붙은 본문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내용들인데 마가복음은 마태나 누가처럼 예수님의 족보이야기나, 탄생이야기, 광야시험의 구체적인 이야기 등이 없습니다. 그냥 바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하고 바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어떤 고난을 받으셨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9절에 ‘그 무렵에’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여기서 ‘그 무렵’은 세례 요한에 요단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 때입니다. 세례 요한은 회개를 촉구하면서 물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에게 오셔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
세례를 받으신 후 성령은 예수님을 광야로 내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십일 동안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당하십니다. 그런 후, 14절에 ‘요한이 잡힌 뒤에’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선포의 내용은 세례 요한이 전했던 것과 같습니다.
“때가 찼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세례를 받으시자마자 성령은 예수님을 광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세례 요한이 회개를 촉구하며, 헤롯을 비판하다 투옥되었는데, 세례요한이 선포했던 말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전하면서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세례 요한은 헤롯 안티파스가 불법으로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와 결혼을 하는 죄를 고발했습니다. 그러자 헤롯과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헤로디아의 눈에 나게 됩니다. 눈엣가시 같았던 세례 요한을 그들은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세례 요한을 옥에 가두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예수가 등장하여 세례자 요한이 했던 말과 같은 말을 하는 것,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복음을 전하는 길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인 것입니다. 당연히, 헤롯과 헤로디아는 예수님의 복음 선포에 촉각을 세웠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결국, 그 당시 지배 권력에 의해 배척당하고, 십자가형을 당하십니다.
공생애가 시작된 이후, 고난이라는 그림자는 예수님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고난도 예수님의 길을 막을 수 없었고, 심지어는 십자가 고통도 예수님을 무덤에 가둬둘 수 없었습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었던, 인간이 동물이 아니라 인간일 수 있게 한 요인들을 표현한 용어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Homo Empathycus(공감하는 인간)’와 ‘Homo passus(고통을 감내하는 인간’이라는 용어를 좋아합니다. 오늘 본문과 연결하면 ‘호모 파수스’입니다.
삶의 여정에서 누구도 ‘고난’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고난이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미리 대비할 시간도 없이 무방비의 상태에서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우리를 힘겹게 하는 그 무엇입니다. 인간은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나름대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하며 분비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대비와 준비한 것들이 무산된 상황,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그것을 고난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삶의 여정에서 그 누구도 고난을 피해갈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리인 것처럼, 어떤 고난이라도 기회나 디딤돌로 삼아 극복할 수 있다는 것도 진리입니다. 그런 점에서 고난은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하는 ‘통과제의’같은 것입니다. 고통을 감내하는 인간, 호모 파수스는 그래서 ‘고난을 통해서 성장하는 인간’으로 해석이 됩니다.
고난 중에 있는 이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0장 13절의 말씀입니다.
“사람이 흔히 겪는 시련 말고는, 여러분에게 덮친 시련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십니다. 그분은, 여러분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시련과 함께 벗어날 길도 마련하여 주셔서, 여러분이 그 시련을 견디어 낼 수 있게 하십니다.”
여러분, 삶의 여정에서 힘든 일을 만날 때면 이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이 말씀을 믿고 힘을 내십시오. 고난의 때를 잘 견디어 낸 사람들은 그 고난의 시간을 통해서 내 삶의 군더더기가 없어졌으며,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로 안내되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고난 중에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 쉽게 이 말을 하지 마십시오. 가장 힘들 때에 할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냥 곁에서 침묵으로 아픈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한 때 홈리스였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란 그녀는 결혼을 했다 이혼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딸과 런던의 홈리스로 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홈리스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자기가 사랑하는 딸, 자신의 상상력, 오래된 타자기가 자기에게 있음을 감사하며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해리포터 작가’가 되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난의 때, 광야의 시간에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지는 것입니다. 조앤 롤랑만큼은 아니라도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예수님도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에도, 복음을 전하실 때에도 ‘광야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도 그 복음의 소식과 은혜를 주시고자 십자가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고난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광야의 시간을 잘 이겨내신 예수님을 붙잡고 살아가면, 그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광야의 시간, 그 시간 주님께서는 여러분과 함께 하시며 여러분을 도우실 것입니다. 지쳐 쓰러지면, 주님께서 여러분을 엎고 그 길을 걸어가실 것입니다. 믿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거둠 기도]

주님, 우리의 삶에 광야의 시간이 닥쳐올 때가 있습니다.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주님, 그때 우리가 주님을 붙잡게 하시고, 주님께서 우리 삶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의 삶을 도와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옵소서.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 사순 절기를 보내며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게 하시고, 주님의 고난이 우리의 구원과 맞닿아있음에 감사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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