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5주(20240204/입춘)
하나님을 바라보라
이사야 40:25~31

오늘은 주현절 다섯 번째 주일이며, 절기상으로 입춘입니다.
입춘(立春)은 ‘설 립’자에 ‘봄 춘’으로 ‘봄이 선다.’라는 뜻입니다. 봄이 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노지에서 동백, 수선화, 매화,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세상이 온통 겨울인 것 같지만, 봄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까 봄이 오는 것 같습니다.
20년 전 입춘 무렵에 한라산에서 변산바람꽃과 복수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얼음을 녹이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연을 통해서 말씀하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깊이 깨달았습니다.
지난 주 뉴스를 통해서 들으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144만 유튜버이자 미국 베스트 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한국 여행을 하며 한국인들의 정신건강 위기의 원인을 파헤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한국’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강자만 살아남은 경제체제, 둘째,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6~7세부터 사교육으로 내 몰리는 현실), 셋째, 강력한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열심, 넷째,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의 배신, 다섯째, 희생을 강요하는 유교문화가 그것입니다. 마크 맨슨은 이런 위험한 사회에서 벗어나려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내면의 깊은 곳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한계가 있긴 하지만 나름 한국사회를 편견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늘 그런 문화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약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체제, 입시제도의 변화, 쉼의 대한 인식변화, 개천에서도 용 날 수 있는 세상, 개인의 특성을 인정해주는 나라가 되어야 우울한 한국이 아니라 행복한 한국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사야서는 1,2,3으로 구분하는데, 40장은 제2이사야서에 해당합니다.
B.C.550~539년 바벨론 유배생활을 할 때 선포된 예언의 말씀입니다. 남왕국 유다는 B.C.587년에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했습니다. 그러니까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이후 37년 이상 지난 시점에 선포된 말씀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니, 최소한 강산이 세 번 정도는 바뀐 때 이 예언의 말씀이 선포된 것입니다.
포로지에서 살아가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살아갈 만큼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병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고 싶어도 여전히 폐허처럼 버려진 조국에 돌아갈 자신은 없었습니다. 여기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고향에서는 뿌리 뽑힌 삶입니다.
고대근동에서는 전쟁의 승패가 자신이 믿는 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제국의 왕은 신의 현현으로 추앙받았고, 왕은 눈에 보이는 신상을 만들어 전쟁에서의 패배나 자연재해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는 책임에서 벗어났습니다. 고대에는 신을 인간들이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인간들의 욕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신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니 유다의 입장에서 하나님은 실패한 신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바벨론의 벨, 아누, 에아, 압수, 티아파트, 마르둑, 씬, 사마쉬, 이슈타르 같은 신은 승리한 신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비하면 하나님은 무능력한 신이라 여겨졌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이럴 수가 없어. 다 끝난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제2이사야서는 예언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언자를 통하여 하나님은 ‘비교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을 바벨론의 우상과 비교한다는 것은 우상을 하나님 위치에 놓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그들과 동동한 분이 아니시며,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권세와 능력이 있으신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평하고, 투덜대거나, 하나님께서 나를 잊으셨다고 좌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늘 함께 하셨으며,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요, 상상을 넘어선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이십니다. 28절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다. 땅 끝까지 창조하신 분이시다. 그는 피곤을 느끼지 않으시며, 지칠 줄을 모르시며, 그 지혜가 무궁하신 분이시다.”
이스라엘은 오랜 유배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은 실패한 민족이며, 자기들의 믿는 하나님도 실패한 하나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다 끝났어.’라는 판단이 그렇게 잘못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치, 외국인의 눈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기만 할까요?
젊은 시절 변호사였던 마하트마 간디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경험했기 때문에 비폭력저항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만일 그런 차별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간디의 비폭력운동도 없었을 것이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길을 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헬렌 켈러는 시각과 청력을 잃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희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간디나 헨렌 켈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상실이나 실패는, 우리의 영혼을 굳어지게 하려는 생활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실패는 또 다른 선택으로 초대하는 초대장입니다.
저도 실패한 경험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는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 길밖에는 없는 것이냐고 항의도 했지만, 또 다른 선택도 나쁘지 않았고, 때론 그 때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패는 그냥 아픔이나 상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단단하게 합니다. 바람과 가뭄이 나무의 뿌리를 깊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뭔가 잘못되었구나, 실패했구나!’하는 그 순간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고 두렵기 마련입니다. 모든 것이 두렵고, 심지어는 하나님조차도 원망스럽습니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왜 제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항변하기도 합니다. 그 순간은 바로 인생의 겨울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이들도 인생의 겨울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겨울에는 봄이 잉태되어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저는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처럼 보이는 대한민국에도,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한국교회에도, 지구온난화로 종말을 향해가는 인류에도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겨울 속에 봄이 들어있듯이 ‘그루터기, 남은 자’들이 있어 다시 새순을 틔우고, 봄을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여러분이 입춘의 사람이 되어 가시는 곳마다 따뜻한 봄날을 만들어 가시는 삶을 살아가시길 축복합니다.
■ 하나님을 바라보라
그렇다면 입춘의 사람이 되려면 어떤 삶을 살아가야할까요?
여호와를 바라봐야 합니다.
개역성경에는 ‘앙망 – 우러러 바라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여호와를 바라본다는 의미는 우리의 모든 삶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을 자각하고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없는 듯 살아가는 이들도 많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성공했을 때뿐만 아니라 실패했을 때에도 함께 하시며 기뻐하시고, 격려하시고, 위로하시는 분이십니다. ‘임마누엘’하시는 하나님을 인식하고 사는 것이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입니다.
하나님을 바라고 사는 이들은 이런 복을 누립니다.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고, 새 힘을 얻어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갈 것이요, 달음박질을 해도 피곤하지 않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할 것이다.”
삶이 피곤하고, 무력함으로 빠져 들어갈 때 이사야서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이며, 새 힘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겨내십시오.
살다 보면 유다백성들처럼 그릇된 삶을 살다가 실패할 때도 있고, 뭔가를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이 피곤할 때도 있고, 꿈은 있지만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해서 무력감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그 실패로 인한 피곤함과 무력함으로 빠져 들어가면 우리는 깊은 어둠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그런 것들이 우리를 넘어뜨리는 걸림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입니다. 임마누엘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입춘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을 사셔서, 입춘의 사람이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거둠 기도]

주님, 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습니다.
한 겨울 추위에도 꽃은 피어나고 꽃샘추위가 오겠지만 봄이 오듯이, 우리의 삶에 드리운 긴 겨울도 지나가고 봄을 맞이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이들은 새 힘을 얻으리라고 하시는 하나님, 우리가 임마누엘 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살아가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어떤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우리 삶에 닥쳐오는 꽃샘추위, 거센 파도를 디딤돌로 삼아 승리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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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바라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