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4주(20231224)
나의 계획 vs 하나님의 계획
누가복음 1:26~38

오늘은 대림절 네 번째 주일입니다.
지난 주간 잠시 명동에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신세계백화점 건물에 성탄절 관련 영상이 제작됩니다. 작년에 우연히 보았는데 작품성이 뛰어나서 올해도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상술이니 뭐니 해도 명동 밤거리는 성탄과 관련된 장식물과 빛, 코로나 19 이전과 비슷하게 넘쳐나는 사람들로 생기가 넘쳤습니다. 명동성당도 다녀왔습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우리 개신교는 가톨릭처럼 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화려할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성탄장식은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예수님이 누구신가?’ 궁금증을 유발할 것 같았습니다. 마침 미사가 집전 중이었는데, 내부의 각종 성화와 성물을 보면서 개신교가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리면서 목욕물만 버린 것이 아니라 아기까지 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느꼈습니다.
성당과 연결된 지하공간에는 ‘명동서점’이 있는데 일반도서도 팔고 가톨릭 관련 서적도 판매합니다.
저는 거기서 <한국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300쪽 가까운 도서인데 5천원이었고, 내용을 살펴보니 천주교 신자가 되고자하는 이들에게 신학과 신앙의 기초적인 안내서로 참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500년이 지났는데도 개신교에서는 왜 이런 교리서가 없을까, 있긴 있는데 왜 그리도 딱딱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종교개혁의 전통 위에 서 있는 개신교의 교리서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것 같고, 오히려 종교개혁의 대상이었던 가톨릭의 교리서의 나긋나긋함이라니, 개신교회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곁가지에 열중하다보니 반성서적이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69주년을 맞이하는 한남교회가 ‘신앙의 기본’을 세우는 해가 되길 기도하며, 내년도 목회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본교육들이 안내될 때에 귀찮게 여기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신앙의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고, 뿌리 깊은 신앙만이 신앙의 깊은 샘물에서 생명수를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주 주보 칼럼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저의 심정을 정리한 글인데, 요지는 이렇습니다.
나는 늘 길 위에 서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 그분에게 떠밀려 서 있는 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떠밀려서 걸어온 길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고백입니다. 오직 한 길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 길은 내 계획에는 없던 길이었는데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항상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닐지라도 좋은 것으로 기대하고 그 길을 걸어간다는 신앙고백입니다.
■ 플랜A는 나의 계획, 플랜B는 신의 계획

류시화 시인의 신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책에 <플랜A는 나의 계획, 플랜B는 신의 계획>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거기엔 그래미상 클래식 부분에서 최우수 성악상을 받았던 메조소프라노 로레인 헌트 리버슨과 관련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님은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하시고 그렇게 창조하셨습니다.
어느 날 지상으로 내려온 하나님이 처음 만난 인간에게 묻습니다.
“내가 창조한 아름다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
“아, 당신이 세상을 만드신 그분이시군요, 행복하냐구요? 어떻게 당신은 내 인생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 수 있죠?”
“왜 그런가? 무슨 문제가 있는가?”
“몰라서 묻나요? 최악입니다. 나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나는 비올라를 배웠고,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교향악단의 수석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했지요. 그런데 유럽 순회공연 중 값비싼 비올라를 도둑맞았어요. 보험에 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때가 34살이었어요. 그간의 내 경력을 한순간에 무너졌지요. 나는 자신감을 잃고 비올라 연주를 그만 두었고, 삶이 조각나고 음악계는 나를 잊어버렸어요.”
신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그 사람의 분노와 원망에 찬 불평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었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
“아, 당신이 세상을 창조한 바로 그분이시군요. 그렇지 않아도 당신을 만나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가?”
“나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고, 34살에 교향악단의 수석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을 했지요, 그런데 유럽 순회 공연 중에 비올라를 도둑맞았지 뭡니까. 보험도 들지 않았는데. 그래서 나는 비올라 연주를 그만두고, 어릴적부터 하고 싶었던 성악으로 전공을 바꿨어요. 그리고 오페라 <아쇼카 왕의 꿈>에 출연하면서 그 오페라를 작곡한 남자와 결혼했지요. 남편은 나를 위해 많은 노래들을 작곡해 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하고 있지요. 이 모든 일이 당신 덕분이에요.
신이 반가워서 말합니다.
”아, 그대가 그 유명한 메조소포라노 성악가 로레인 헌트 리버슨이군요. 그래미상 클래식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지요?“
만일 여러분이라면, 두 사람 중 어떤 사람과 함께 있고 싶겠습니까? 자기의 계획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삶을 극적으로 바꾸는 사람을 더 가까이 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합니다. 돌아가는 길 투성이요, 구불구불하고 좁아서 내가 걷고 싶은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나의 계획보다는 하나님의 계획이 언제나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계획은 항상 선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등장하는 마리아를 생각해 보십시오.
꿈 많은 처녀였을 마리아, 요셉과 약혼을 했고, 이제 머지않아 가정을 꾸려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꿈꾸던 마리아의 계획이 가브리엘의 전령으로 완전히 틀어집니다. 남자를 알지도 못하는 마리아에게 가브리엘을 통해서 주신 말씀은 너무 당황스러운 말씀입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마리아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천사가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찌 두렵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마리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보십시오, 나는 주의 여종입니다. 천사님의 말씀대로 나에게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합니다.
여러분, 그런데 이 순종이 쉬웠을까요?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은 재앙적인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요셉으로부터 파혼을 당하는 것을 넘어, 부정한 여인으로 몰려 멸시와 지탄을 받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했다가는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하나님의 계획에 아멘으로 화답합니다. 오늘 읽지는 않았지만,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이후 부른 ‘마리아의 찬가(눅 1: 46~56)’를 보면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믿음으로 순종하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우리 또한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헤매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일들을 만나며 삽니다. 3년 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자연재해, 기후변화, 나라간의 전쟁, AI의 발달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들은 우리의 삶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내몹니다. 개인의 삶도 그렇습니다. 물질, 건강, 관계 등에서 오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걱정에 빠져 살아갑니다. 그때마다 ”두려워하지 말아여 한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러분,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그때에는 빌립보서 4장 13절의 말씀을 떠올리십시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우리의 생각과 계획이 아닌 뜻하지 않은 상황은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안에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십시오. 하나님의 계획에는 이 세상의 조롱과 멸시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둠이 승리하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 우리는 마리아의 고백을 붙잡아야 합니다. ”주님의 자녀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우리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내 계획과 다르게 인생이 흘러갈 때에 하나님의 계획이 내 안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알고 순종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 되길 바랍니다.
창세전부터 우리를 향한 계획을 갖고 계신 하나님, 우리의 계획에만 몰두하느라 하나님의 계획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가 아닌지 돌아보게 하옵소서. 살다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만나지만,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계획은 언제나 선하심을 믿습니다. 마리아처럼, ”말씀대로 나에게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고백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당신의 계획이 내 삶 속에서 이뤄지길 바라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ppt음성설교/ 나의 계획 vs 하나님의 계획